상하이 청소년 과학엑스포 참가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
기업·대학 교육지원 받아 초·중학생 5명 엑스포行 "우리 모두 상 받아올게요"

"우리 모습이 다 다르게 보이겠지만 한국팀이에요.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크게 일 내고 올 겁니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KAIST)의 한 강의실에 초등학생·중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음 달 13~17일 중국에서 열리는 '2010 상하이 국제청소년 과학엑스포'에서 발표할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에 미친 영향',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 등을 10분간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들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김여명(서울 금옥중 3년)군은 여덟 살 때 가족과 탈북했고, 파나마료브 다니엘(산곡남중 3년)군은 아버지가 러시아어 예배목사로 활동하는 러시아인이다. 송준(청심국제중 2년)군은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홀츠 복 코럼(삼육초 6년)군은 아버지가 캐나다인이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유기농식품의 섭취를 제안하겠다"는 홍일점 바수 혜나(원당초 6년)양은 아버지가 인도 출신이다.

과학에 대한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LG와 카이스트·한국외대였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 70명에게 2년간 교육지원을 펼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이 중 30명이 3박4일의 심사를 통해 선발돼 카이스트의 '과학인재 양성과정'에 참가하게 됐고, 그중 5명이 상하이엑스포 출전권을 거머쥔 것이다.

이 가운데 김여명군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교 부회장을 맡으면서 수학·과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아이들이 '무장공비다''우리가 세금 내서 너희 먹여 살린다'고 놀려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북한 출신도 공부 잘할 수 있고, 다를 게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고요." 혜나양은 국제결혼이 본격화된 1990년대 말, 한국인 어머니와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노미경(40)씨는 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혜나 또래는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를 시험하는 첫 세대인 셈입니다. 이번 상하이 엑스포 참여가 아이에게 큰 용기를 줄 것 같아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6년간 쿠웨이트와 UAE 등에서 살다가 온 홀츠 복 코럼군은 "한국이 제일 좋다"고 했다. 어머니 복현숙(41)씨는 "한국 학교에 보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피부색이 아니라 조기교육 열풍이었다"며 "학원 한 번 안 보냈지만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가고 있으니 자랑스럽다"고 했다. 파나마료브 다니엘군과 송준 군은 엑스포에 참가해 각각 '쓰레기의 에너지화'와 '한국의 하이브리드카와 친환경빌딩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한국 대표로 상을 받아오겠다며 의욕이 대단하다.

정상국 LG 부사장은 "200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학생은 2만명이 넘고, 이후로도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들 모두를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발전에 기여할 인재로 키워가자"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22/2010062200045.html